그 넘어가기 어렵다는 고개 아홉 수 고갯길을 공부하는 걸로 넘겨보겠다 생각한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작은 응원에 덧붙여 더 큰 우려의 눈길을 보냈었다. 이미 나빠질대로 나빠진 머리로 과연 따라갈 수가 있을까 하는 주변의 걱정들을 뒤로 하고 우리 나이로 59살이 되던 작년 봄, 나는 부동산 공인 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굳이 내 나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부동산 공부는 너무 어려웠다. 그 중에서도 민법이란 아주 못된 복병은... 6과목 중에서 아는 글자-단어-과목-란 오로지 민법, 하나 밖에 없었고, 그 하나만 바라보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막상 민법은 내 바람과 달리 철저히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진정 우리말이었으되, 도저히 해석조차 되지 않는 고어체 문장들 앞에서 내 머리와 자존감은 형편없이 무너졌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서 민법-채희대라는 검색어를 통째 찾았고 그가 저자로 되어있는 해커스판 민법 책을 구입하면서 해커스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작년 7월의 일이다.

  물론 결과는 1차 과목에 너무 집중하였기 때문일까? 그 어려웠다는 작년 시험에서 민법과 개론은 평균 70점을 훌쩍 넘었지만 지긋지긋한 공법이 완전한 다크호스로 변신해 나를 과락의 늪으로 밀어넣었다. 그리하여 평균 60점 이상에 오른 다른 점수들까지 화악~ 낙엽으로 만들어 긁어가면서 결국 2차는 떨어졌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 "어차피 덕분에 아홉 고개는 잘 넘었으니... 그것도 그 어렵다는 1차에 붙은 것만 해도 어디야~?"로 위안 삼으며 2018년의 한 꿈을 접었다.   

  다시... 인생은 60부터라는 구호를 달고 시작한 새로운 해 2019년!

  작년의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은 새해 맞이한 날들을 무조건 행복함으로 되돌려 주었다. 공부를 하지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정말정말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TV의 지나간 드라마를 몰아 보면서 행복했고 그냥 빈둥빈둥 구불거리며 놀아도 행복했고 멍때리고 있어도 행복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어디선가 근원을 알 수 없는 초조감이 나를 스멀스멀 감으며 다가왔다. 그 끝에는 아무래도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못난 생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침 2월 어느 날 채희대 교수님이 TV 화면을 스쳤고 그 다음 날 나는 해커스에 인강 신청을 하였다.

  합격을 하면 무조건 환급을 해 준다는 아주 환상적인 조건! 그러나 내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날이 실지로 올까? 과연 이 세상에서 과연 일어날 일일까 싶은 멀고도 먼 길이었다. 곧바로 해커스의 이름으로 감싼 교재들이 성을 쌓아도 될 만큼 잔뜩 왔고 그들 중 어느 것 하나 비닐옷을 채 벗어보기도 전에 얇삽하게 몸매를 가다듬은 새 교재들이 또 잔뜩 쳐들어와 책상 위를 점령하고 들었지만 나는 절대 그들을 찾지 않았다. 아예 그들이 진을 치고 있는 서재방 쪽으로 발걸음 트는 것 조차 삼갔다. 그리고... 불러서 오긴 왔으나 정작 주인의 눈길 한 번을 받아보지 못한 불쌍한 존재들로 그들이 우리집에서 갇혀 지낸 지 실로 넉 달만에 드디어 나는 그동안 그 교재들을 꽁꽁 싸매고 있던 비닐옷으로부터 구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5일이었다.

  일단 6월 30일에 있는 해커스 3회 모의고사를 목표로 해서 나를 1차 합격생에 머물도록 만든 주범인 공법만 열흘동안 파고 들었다. 우선 작년 기출문제를 전부 긍정형 지문으로 만들어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다음에는 나머지 과목들을 하루에 한 과목을 한 번씩 챙기면서 오랫동안 놓았던 공부에의 적응을 시작했다. 그토록 열심히 했건만 첫 모의고사는 공법 42.5 중개사법 60 공시세법 50점을 조금 넘는 결과로 나왔다. 온 어깨에 힘이 쭉 빠지는 절망감.

  머리 나쁜 건 익히 알았었고 그럼에도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달겨든 내 무모함에 스스로 원망과 자괴감이 종종 찾아들었고 그럴 때마다 머리를 싸매고 울기도 했지만... 어차피 시작을 했으니 그 창대한 끝을 보리라~~~~!

  "이렇게 이렇게 해서 중개사법 32개 80점 맞고, 이건 빼고 저건 더 열심히 해서 공시법 12개 30점 그나마 세법은 좀 자신있으니 12개 30점, 공법은 죽어도 너무 어려워~ 이거 빼고 저거 빼고 하면서 19개 47.5점을 목표"로 세우고 점차 해커스 교수님들의 열강에로 빠져들었다. 

  2019년 10월 26일은 앞으로의 내 삶에서 10년은 나이의 앞자리에 6을 얹고 가야하는 시작일, 내 육순 생일날이었다.

  황정선 교수님의 응시법 오리엔테이션, 평소에도 감성 넘치던 강성규 교수님의 지면과 화면에 가득 담긴 진심의 응원 한 마디, 김의열 교수님의 무심한 듯한 츤데레 응원법, 그리고 한동민 교수님의 평소 그 어렵고 어려운 공법을 위트와 유머에 적절히 섞어서 쉽게 설명해 주시던 말미에 내놓은 작은 인삿말을 뒤로하고 시험장에 들어서던 그 날의 그 마음과 떨림은 앞으로의 내 삶에서 기억에 남는 또 한 장의 소중한 스틸 컷으로 존재할 것이다.  

  생일날이 시험날이라 미역국은 먹지 못했지만, 그 날 나는 그 무엇보다 귀하고 좋은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내 인생은 정말 "인생은 60부터!"가 되었다.

  목표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흠~~~~ 중개사법은 한 개가 못 미쳤고, 공시는 두 개가 넘었고 세법은 Just! 그리고 공법은 그로부터 열 개나 더 넘었으니...^^

PS: 참 나만의 공부 방법은...

       마지막 동형 모의고사 시간 때(9~10월)에는

       해커스 전 모의고사(1회~8회까지)를 일단 온라인 응시를 해서 시험을 본 뒤 문제를 출력해서 다시 시간을 재가며 실시간 점검을 했고. 이 때에는 모든 교수님들의 강의와 동형모의 고사를 보며 그동안 놓쳤던 부분과 여전히 모르는 부분을 공부했는데 여러 시험 유형 공부도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자꾸 틀리는 부분이나 헛갈리는 문제는 미니 북(노트)을 만들어 그때그때 적어놓고 잠시 공부를 손놓게 되는 시간에도 꺼내서 보며 외우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공시법 교수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ㅎㅎ 올해 2차만 공부한 터라 등기는 해도해도 너무 어려워서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대신 지적법은 만점을 받고 또 그 시간에 세법 공부를 더해서 최대한 점수를 받겠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세웠는데.... 결과, 이번에 지적법은 다 맞았고 등기에선 무조건 1번을 찍어 두 개를 맞았고 세법에선 열두 개를 맞아 공시세법은 65점을 받았어요. 저처럼 등기가 죽어도죽어도 어려운 분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심도...ㅎㅎ